교포신문 : 한국인의 밥상-손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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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01월22일 23시05분 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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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손병원

KBS 1TV 교양프로에는 '한국인의 밥상'이 있다. 매주 목요일 저녁 7시 반에 방영되어 벌써 155 회가 된다. 전국방방 곡곡을 찾아 다니며 향토음식 소개와 함께 음식 문화를 다루는 내용들이다.

한 두 편 보다가 재미가 솔솔 붙어 역 추적하여 방송 전량 분을 다 보기로 작정했다. 이는 내 식욕의 왕성함이 한 몫 했다. 또한 내가 슬슬 논네(노인네)가 되어가니 예 음식 입맛 찾기와 고향의 그리움에 연유하기도 한다. 제작팀들은 차로 이동하고 걸어서 마을을 순방한다.

앙상한 전봇대에 축 늘어진 전선을 따라 가는 모습을 보면 방학 때 시골 친척 집에 놀러 가던 생각이 절로 나고 내 고향을 찾아 가는 느낌이 팍팍 돈다. 동네 누렁이가 외부인들 옆으로 따라 붙으며 꼬리치는 모습은 매우 익숙한 시골 풍경이다. 마을마다 골골 마다 음식문화가 다른 건 사투리처럼 예부터 교통 기반이 취약해 바깥 지역과의 왕래가 뜸한 탓이라 여긴다. 또한 농경사회의 특성상 생활 반경이 그다지 넓지 않았다. 국토의 7할 이상인 산이나 큰 고갯마루나 강 줄기로 경계를 이루고 촌락이 형성되니 향토문화가 발전됐다.

토속음식 향토음식은 그 고장의 특성이요 지역주민들의 정서가 엇비슷해지는 음식의 힘이다. 나는 한국인의 밥상은 <맛 따라 팔도 강산>이라 치고 즐겨보는데 그 덕분에 전라도 사투리도 많이 배웠다. '흐미, 솔찬케, 징하게'를 배웠다.

그 흔한 연속극에는 밥 먹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술자리 장면에서는 그 쪽 사람이 황급히 들어와 ` 저기 큰일 났습니다`는 많았지 식사자리에서는 그런 게 거의 없다. 밥상 앞에서는 지루하다는 느낌이 전혀 없다. 다툼도 가라앉는다. 사람들을 화해시킨다. '우리 언제 한 번 밥이나 같이 먹자' 라는 인사는 푸근하고 친근함이다.

싫은 매는 맞아도 싫은 음식은 못 먹는다. 언젠가 그 음식에 체하여 혼난 적 있다면 이해해 줄 수 있다. 자기 건강상 가릴 것 챙길 것이 있기도 하다. 과부가 찬밥에 곯는다는 속담은 혼자 살다 보니 먹는걸 제때 챙기지 않아 몸이 약해진다는 뜻이다. 따뜻한 밥 한 그릇이 열 귀신 쫓아낸다. 쌀 미 (米)는 농부가 수확할 때까지 88번이나 땀을 흘린다는 뜻이다. 밥상 앞에서 거짓을 꿈꾸는 자는 인간이 아니다.

이 프로의 제작진들은 한국 제일 맛으로 통영의 어느 식당 음식을 쳤는데 이는 큰 실수이다. 시골 산간의 비탈 논이나 자갈밭에서 얻은 주식 부식 재료, 쪽배를 타고 먼 바다로 나가 생선을 잡고 바다 물속으로 들어가 갖은 해산물을 채취하여 바닷바람을 이용해 다듬고 갈무리하여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고유 음식을 차리는 많은 이들에게 결례이다.

이 프로가 종영된 것도 아닌데 미리 그런 말하면 어쩌나. 그럴 필요도 없는데. 밥상에 일등 이등이 어디 있나. 아낙네들은 큰 도시로 공부하러 돈 벌러 나간 자식들을 떠오르며 집으로 다니러 올 때를 대비하여 자식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준비하는 그런 가슴에 못질하는 격이다.

전통 음식을 만들면서 엄마는 고향 어머니의 음식 손길 대물림과 인자하신 할머니와 함께 만든 음식을 생각하며 진한 고향 사투리와 함께 음식 맛을 이어간다. 집안 식구들이 맛있게 잘 먹으면 그게 최고 음식이다. 내 입맛에 맞으면 최고음식이다. 이 프로가 주는 즐거움이란 삶의 애환이 담긴 밥상을 따라가다 보면 추억거리가 뭉텅뭉텅 묻어있다.

아스라한 추억의 긴 여정이다. 바로 저 음식이었지 하는 대목에선 단단히 잡기장에 적어뒀다. 모름지기 우리나라만큼 다양한 음식문화를 자랑할 나라는 없을 것 같다. 특히 반찬부분에서는 그 가짓수가 세일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다. 먹거리들의 모든 부분을 알뜰히 응용하는 지혜가 자랑스럽다. 같은 식재료라도 밥상에 따라 굽고 지지고 볶고 삶고 찌고 데치고 튀긴다. 날것으로 먹는 것도 많다. 몬도가네 입맛이라 하면 자칫 욕이 될 수 있지만 잘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좋다는 식탐은 드디어 음식 한류를 자랑하게 됐다.

대장금은 특히 이집트에선 국민 거의가 즐겨 본 사극이었다. 음식을 끓일 때 솥뚜껑을 젖은 찬 행주로 슬슬 문지르면 조리 과정의 음식이나 국물이 밖으로 새어 나오지 않는다. 그런 상황이 나오면 나도 모르게 어머님 생각에 울컥한다. 큰 무쇠 솥에서 장작 타는 연기를 피하면서 행주 질 하던 모습을 너무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풍로 돌리기가 싫어 수 없이 도망갔다. 숯불 다림질 할 때 그 뜨거운 열기가 내 코 앞으로 다가올 때마다 무서웠고 큰 실타래를 두 팔 벌려 잡고 실패꾸리에 옮겨 감을 때 앉아 있기는 너무 재미 없었다.

찐다는 조리 과정도 대단한 삶의 슬기이다. 식 재료 고유의 영양분을 살리고 오래 저장할 수 있고 몸에 나쁜 성질은 줄일 수 있다. 살짝 데치는 것도 비슷한 원리인데 수분을 바짝 줄였으니 더 많이 먹을 수 있다. 사람은 늙어지면 혀의 감각이 40프로 정도 줄어든다. 이 음식이 예전만 못하다느니 옛날 맛이 아니라 둘러대는 큰 이유는 바로 그것인 줄 모른다. 틀니 때문에 미각이 약하다. 물론 식 재료 자체의 차이도 있겠으되 물 맛도 다르다. 물도 주야로 흘러 흘러가니 옛 물이 있을 손가. 성인군자도 늙기는 서럽다.

이 프로의 약한 부분은 음식 만들기는 있어도 밥상 차리기와 밥상 예절에 소홀히 하는 것이다. 한식은 먹을 것들을 몽땅 밥상에 모아놓고 식사하는 것이지만 식사준비나 과정의 중요함도 그냥 넘어가고 만다. 사라져 가는 음식이나 잊어지는 전통음식에 메달려 그런 게 아닌가 생각된다. 제작진들의 분발을 기대해 본다.

선조들은 여름 숭늉은 사기 그릇에 담아 시원하게 마셨고 겨울 숭늉은 놋 그릇에 담아 따뜻하게 마셨다. 알칼리 성질의 숭늉은 산성이 되는 음식에 중화 역할을 하여 소화를 돕는다. 숭늉은 쌀의 전분이 분해되어 생긴 포도당으로 소화를 돕는다.

식사 후 숭늉을 마시면 산성으로 변한 입안을 중화시켜 개운함을 느낄 수 있다. 동의 보감에도 숭늉의 효능이 기록되어있다. 쇠 젓가락은 나무보다 마찰력이 적어 음식에 따라 힘 조절이 요구된다. 한국인들만의 쇠 젓가락 사용은 손재간으로 이어져 지능 발달에도 도움된다.

사람은 먹기 위해서 사느냐 살기 위해서 먹느냐는 말을 종교관으로 대치해서 생각 할 수 도 있다. 그리움은 거기에서 멀어질수록 커지는 정서인데 다시 접 할 수 없다는 안타까움이 더하는 바 식욕에서는 인간적 본능이 발동된다. 그 나마 다행인 것은 인간이 혼식을 하기 망정이지 그렇지 않다면 생태계를 파괴하여 멸종 위기의 동식물들이 상당할 것이다. 세상 섭리가 참으로 오묘하다.

사람이 겸손해지는 학문으로 나는 천문학을 친다. 어릴 때 고향 집 마당의 평상에 들어 누어 한 여름이나 가을철에 쳐다 본 밤 하늘은 무수한 별들의 신성한 반짝임으로 인해 세상의 신비감과 경외심을 불러 일으키며 무언가의 꿈을 키우게 했다. 저 먼 별자리에 내 마음이 도달 하려고 맑은 기운으로 힘껏 달려가다 말고 가다 말고의 반복이었다. 그러다가 저쪽에서 유성운을 긋고 사라지는 별동별을 보면 현실로 되돌아왔다. 아직도 너무 부족하다.

한국인의 힘이 담긴 한국인의 밥상을 다 먹어보면 그때쯤은 동심으로 보았던 그 별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까. 그 시절 좋아했던 별들도 세월 따라 사라지고 우린 그 별무리들이 품어 낸 별빛을 마냥 내려 받기도 하거니. 늘 배우는 마음이면 내가 겸손해 지고 그게 사랑으로 가는 길목이 되지 않을까.



<866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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